완성 4

2024 당청온2 배포본 <기회>

기회 우 련 * - 일어나요, 어서. 억세게 붙드는 양을 같이 진창에 끌어내릴 요량으로 힘주어 당겼으나, 도리어 끌어올리는 손길에 가물거리는 눈을 떠낸다. 마비된 후각은 사위의 생을 읽어낼 수가 없다. 전투를 벌이던 이곳이 산이었는지, 사막 한복판이었는지. 절벽 아래였는지, 나무 위였는지. 핏물을 한 움큼 짜낸 소매가 눈가를 훔쳐낸다. 벌건 것이 지워지자 시야가 트였다. 환患술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눈동자 끄트머리가 조금 흐렸으나 변함없는 익숙한 낯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잘래. 어차피 네가 있잖으냐. - 안된다니까요, 가서 잡시다. 가서. 충분히 안아 들고 갈 수 있는 놈이. 감았던 눈을 다시 뜨니 시야를 가린 것이 없었다. 저를 붙드는 손도 없었다. 더는 구역질조차 나지 않는 사취들은 어디 ..

완성 2025.07.10

화산제일검에게 남기는

https://youtu.be/Db4YyCQze4M - 그리고 화산검협... - 뭐에요? 다 끝난 거 아냐? 삐딱하게 다릴 바닥에 딛었다. 허리에 매여진 진검 대신 어깨에 턱하니 걸친 목검에는 이리저리 잔기스가 나 있었으나, 어지간하면 부러질만하지 않았다. 겨우 나무일 뿐임에도, 쥔 이가 이인지라. - 이걸 지금 넘기는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제대로 말 안해? 눈썹끝이 삐죽올라가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지기 시작하자, 개방의 일원이 보자기에 감싸인 함 하날 내밀었다. 건강을 기원하는 축원이 기이할 정도로 두텁게 걸린 비단 안의 내용물은 내력으로도 짐작가지 않았다. 마치, 직접 풀어내지 않으면 내용물을 알 수 없도록, 그리하여 누군가 궁금증에 풀거들랑 반드시 흔적이 남도록. 매듭의 흔적이 기이했고, 유난한..

완성 2024.02.23

동짓날, 105일 후

https://youtu.be/Db4YyCQze4M 무학은 도박이다. 한 때 안휘 바닥 도박장을 휩쓸어 기세 높던 남궁의 가솔이 직접 시찰을 나오게끔 한, 암존(尊)은 그리 재미있다는 듯 웃어제꼈다. 영문 모르는 양민을 모두 내보내고, 소가주가 도박장에 도착하자 그는 소매에서 비도 열 자루를 꺼내 양손에 쥐었다. 흥미롭다는 양 일그러진 표정마저 가면이었다. 사천 당문이 배출해 낸 최대의 인재의 손끝이 희게 다듬어진 모양을 바라보던 남궁검왕이 칼을 빼들었다. 그날, 남궁의 사업장 대여섯이 심각한 피해로 문을 닫아야 했다. - 그래, 그런 시절도 있었지. 그런 시절은 무슨. 그 뒷수습은 당연히도 남궁의 몫이라, 심심찮은 사과의 의미로 당문에서 금전을 보탰다지만 와중에 장본인이라는 암존은 도박에서 딴 돈만 쏙..

완성 2024.02.23